◇조태임 >한 주간의 이슈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 오늘도 뉴스톱 선정수 기자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우리의 생활과 정말 밀접한, 수돗물과 관련된 팩트체크를 준비하셨네요.
◆ 선정수 > 해외 생활 오래하신 분들은 대체로 우리나라 수돗물 수질이 좋다는데 동의하실 겁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깔다구 유충, 적수 등의 이슈가 있었죠. 우리나라 수돗물 수질은 세계 속 어디 쯤에 있을까요? 한국수자원공사는 "UN 국가별 수질순위 세계 8위"를 강조합니다.
◇조태임 > 세계 8위면 상당히 높은데….우리가 매일 쓰다 보니, 체감을 못한 건가 싶은데 실제 팩트 체크하니 어때요?
◆ 선정수 > 수돗물이 깨끗하다는 자부심을 나타내는 표현일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요. 알아보니까 좀 뜻밖이었습니다.
◇조태임 > 하나하나 짚어보죠. 'UN 국가별 수질순위 세계 8위'는 누가 어디서 나온 말이죠?
◆ 선정수 > 한국수자원공사는 <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 53페이지 하단에 "우리나라 수돗물 수질 세계 8위, UN, 국가별 수질 순위"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과학적 정수 처리로 수돗물 시스템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한국, 한국에선 왜 수돗물을 먹지 않을까요?"라고 묻기도 합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자체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같은 내용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은 각종 언론 기고를 통해 "UN 국가별 수질 지수 순위에서 한국의 수돗물 품질 순위는 전 세계 122개국 중 8위다"라는 내용을 경쟁적으로 게재하고 있습니다. 언론사들도 최근까지 이런 내용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또, 여기에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은 각종 언론 기고를 통해 "UN 국가별 수질 지수 순위에서 한국의 수돗물 품질 순위는 전 세계 122개국 중 8위다"라는 내용을 경쟁적으로 게재하고 있습니다. 언론사들도 최근까지 이런 내용을 보도하고 있고요.
◇조태임 >한국수자원공사는 공공기관이잖아요. 공공기관이 공식 보고서와 SNS에 썼던 내용이면 믿을 만한 얘기일 것 같은데요?
◆ 선정수 > 저도 믿고 싶은데요. 확인해봤더니 전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뉴스톱은 UN 국가별 수질 지수 순위 8위의 출처를 찾아봤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지역조직 부서장은 지역언론에 "UN이 발표한 국가별 수질지수(Water Quality Index)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8위를 기록할 만큼 매우 우수한 품질의 수돗물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태임 >그럼 그 근거는 UN이 발표한 국가별 수질지수 'Water Quality Index'인 것이네요.
◆ 선정수 > 아닙니다. 같은 이름으로 UN이 발표한 수질 평가는 없습니다. 다만 유네스코가 2003년 발표한 <세계 물 개발 보고서(water for people water for life)>에는 122개국의 수질 지표에 점수를 매겼는데 한국은 1.27점으로 8위를 기록했습니다. 2점 만점이었고요. 1위는 핀란드로 1.85점이었습니다.
◇조태임 > 아..UN은 아니고 유네스코 발표네요. 좀 다르긴 하지만 근거가 있긴 있네요.
◆ 선정수 > 네 허위정보, 가짜뉴스들이 마냥 허무맹랑한 것을 지어내지는 않습니다. 그럼 사람들이 안 믿잖아요. 사이비. 비슷하지만 사실과 같지 않은 그런 것들이 확산되죠. 이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조태임 > 사실과 같지 않은 것들? 뭐가 문제죠?
◆ 선정수 > 제가 한국수자원공사에 '수돗물 수질 세계 8위'의 근거를 밝혀 달라고 물었는데요. 이 자료를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건 '수돗물 수질'이 아닙니다. 2003년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국가 별로 담수, 지하수의 질과 양, 하수 처리, 수질 보호 관련법 등을 종합 검토해 지수를 산출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수돗물 샘플을 가져다 놓고 수질을 측정한 게 아니라는 거죠. 따라서 '수돗물 수질 세계 8위'는 사실이 아니죠.
◇조태임 >자료도, 2003년이면 20년전 이야기인데요. 또, 수돗물과 하수의 수질은 엄연히 다른 건데… 수돗물은 우리가 실생활에서 먹고 쓰는 물이잖아요.
◆ 선정수 > 그렇습니다. 이 평가는 사람들이 마시는 물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기보다는 생태계 건전성의 일부로서 '수질 오염'을 살펴보는 측면이 강합니다. 여기까지만 살펴도 한국수자원공사가 주장하고 많은 언론이 추종하는 'UN 국가별 수돗물 수질 지수 8위'는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조태임 > 그리고 또 짚어볼 게 있을까요?
◆ 선정수 > 'UN 국가별 수질 지수'라는 것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 유엔수자원개발보고서(2003) 해당 부분 표에는 유엔수자원개발보고서(2003) 해당 부분 표에는 <Esty and Cornelius, 2002>라는 출처표시를 해놓고 있습니다. 이 출처에 해당하는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Environmental Performance Measurement>라는 책인데요. 20년 된 책이지만 다행히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원본 자료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 116쪽(윗 사진 참조)에는 앞서 언급된 122개국 대상 수질 평가 자료가 표로 정리돼 있습니다. 한국이 1.27점으로 8위를 차지한 그 자료와 동일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평가했는지도 언급돼 있습니다. 용존산소, 인, 부유물질, 전기전도도를 반영해 평가했다고 합니다.
이 평가의 기초가 되는 수질 측정 지점은 강입니다. 수돗물이 아닙니다. 게다가 이 자료는 UN이 만들어낸 자료가 아닙니다. 다보스 포럼으로 잘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간한 걸 인용한 것일 뿐입니다. 'UN 국가별 수돗물 수질 지수'라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조태임 >우리나라가 인용할 때 출처를 제대로 밝히는 문화가 아직 덜 정착돼서 이런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수자원공사 정도면 굉장히 큰 공공기관이잖아요.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벌였을까요?
◆ 선정수 > 2003년에 UN 세계 물 개발 보고서가 발간되죠. 처음 발표되고 나온 언론 보도에는 '수질'이라고 표현합니다. '수돗물 수질'이 아니고요. 그런데 그 자료를 계속 인용하면서 조금씩 변형된 겁니다. 처음에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또는 실수로 '수돗물 수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겠죠. 처음 변형된 그 시점에 발견하지 못하고 별다른 확인 없이 지속적으로 '복붙'이 되풀이 된 걸로 보입니다.
◇조태임 >공공기관의 홍보자료에 쓰이는 통계 수치라면 좀 정확히 확인하고 써야 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닐까요?
◆ 선정수 > 당연한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수십년 째 허위 정보가 돌아다니는 것이죠. 제가 이 코너에서도 몇 번 말씀 드렸지만 '선풍기 사망설', '백신 맞고 당일 샤워금지', '아인슈타인, 꿀벌 사라지면 인류 4년내 멸종' 이런 류의 허위 정보들이 오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겁니다.
◇조태임 >말 나온 김에 우리나라 수질은 어떤지 한번 알아볼까요?
◆ 선정수 > 앞서 말씀드린 유엔 수자원개발 보고서가 나왔던 2003년 한 해전인 2002년 세계경제포럼(WEF)이 펴낸 2002ESI(Environmental Sustainability Index)의 수질 부문을 살펴 보면요. 우리나라는 세계 142개국 중 42위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해 같은 연구자의 주관으로 평가한 자료인데 순위 차이가 많이 납니다.
◇조태임 >네 8위와 42위는 좀 차이가 많이 나네요.
◆ 선정수 > 2000년대 초반과 2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굉장히 많이 달라졌죠. 그래서 최신자료를 찾아봤습니다. 미국 예일대 환경법정책센터에서 만든 <환경실행지표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를 살펴봅니다. 마시는 물과 관련해서는 불안전한 음용수(Unsafe drinking water)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여기서 한국은 26위를 기록했습니다. 불안전한 식수로 인해 손실되는 수명으로 측정합니다. 유럽국가들이 최상위권을 기록했고, 일본(20위), 미국(23위)보다 우리나라가 뒤 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조태임 > 그러면, 순위가 낮을수록 좋은 거죠? 실제로 우리 물이 좋은 거네요. 땅도 좁고 자원도 없고 사람만 많은 이 땅에 몇 안 되는 자랑거리 중 하나가 '맑은 물'일 텐데요. 소중히 아끼고 지켜야 하겠습니다.
◆ 선정수 > 맑은 물 지키는 데 책임있는 기관인 수자원공사는 20년된 자료를 잘못 인용해서 국민을 호도하는 것 멈추고 실상을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조태임 >네 지금까지 모아모아 팩트체크 선정수 기자였습니다.
출처: 노컷뉴스 https://www.nocu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