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더위가 20도를 웃돌면서 생수 소비가 많아지는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그런데 우리가 생수와 함께 많은 양의 미세플라스틱을 같이 마시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2019년 세계자연기금(WWF)의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하루 평균 2000개, 무게로 환산하면 일주일에 5g, 신용카드 한 장만큼의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고 한다. 1년이면 260g, 10년이면 2.6kg에 달하는 양이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음식이 놀랍게도 바로 물이다. 하루 섭취량 2000개 중 1769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물을 통해 섭취한다(소금 11개, 맥주 10개, 갑각류 182개, 세계자연기금 ‘플라스틱 섭취가 인체에 미치는 평가 연구’, 2019년)
특히 플라스틱 생수는 병과 뚜껑의 제조, 보관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다량 함유하게 되는데, 이 플라스틱 생수병으로만 물을 마시는 사람은 연간 9만 개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을 추가로 섭취하게 된다. 수돗물을 마신 경우인 4000개에 비해 무려 22배 이상의 미세플라스틱을 추가로 먹게 되는 것이다. 2019년 뉴욕 주립대학교 연구원들이 9개 국가 11개 브랜드 259개의 생수를 대상으로 미세플라스틱 여부를 테스트한 결과 93%의 생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고, 가장 심하게 오염됐던 샘플에는 리터당 1만 39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되지 않은 브랜드는 단 하나도 없었다.
지구 환경을 위해서도 플라스틱 생수병 사용은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한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탄소성적표지에 따르면 페트병 생수의 탄소 발생량은 수돗물에 비해 약 700배 많다. 한국인이 연간 사용하는 생수 페트병은 약 49억 개. 이렇게 많은 생수병 중에 순수하게 재활용되는 페트병은 전체 21%에 불과하다. 플라스틱 1톤을 재활용하려면 오·폐수 10톤 이상이 배출된다. 매년 땅에 묻는 매립 페트병만 100만 개, 바다로 흘러가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 등은 이미 많이 알려진 문제들이다. 지난해 유명 생수 생산지 중 철원의 한 취수정이 수위가 기존 대비 무려 7m가 낮아져서 폐공을 고려하는 등 지하수 고갈 문제는 이미 지역사회와 업계에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손쉽게 플라스틱 생수병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던 일상에서 수돗물을 마시는 습관으로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유리병이나 스테인리스 재질의 휴대용 물병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처음에는 많이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불편을 감수하지 않고는 지구는 물론이고 나와 내 가족의 건강도 지킬 수 없다는 점에서 ‘플라스틱 생수병 줄이기’는 꼭 바꿔야 할 ‘에코 해빗’이 아닐까.
출처 : 여성신문(http://www.womennews.co.kr)